2023. 8. 7. 23:12ㆍ축구훈련
축구에서 운동 부하란 무엇인가
복잡계란 그 시스템과 시스템의 구성요소 및 시스템을 둘러쌓고 있는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역동적으로 자기 진화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복잡계는 개방성, 전체성, 비선형성, 역동성, 균형성과 비균형성, 비예측성, 자기조직, 혼돈과 정돈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축구를 시스템으로서 이해하고자 했던 첫 번째 축구인은 우크라이나의 축구 감독이었던 빌라노 로바노브시키다. 그는 축구 경기를 11개의 요소로 구성된 두 개의 하위 시스템이 충돌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현상으로 인식했다.
빌라노 로바노브스키: 축구는 22개의 요소로 구성된 시스템(11개의 요소로 구성된 두 개의 하위 시스템)이다. 두 하위 시스템이 같으면 결과는 무승부다. 하나가 더 강하면 이길 것이다
빌라노 로바노브스키 이후에도 축구와 축구 선수를 시스템 개념으로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들이 전술적 주기화의 창안자로 알려져있는 비토르 프라데와, 구조화 훈련의 창안자인 빠꼬 쎄이룰로다. 전술적 주기화는 무리뉴 훈련 방법론의 근간이 되는 이론으로, 구조화 훈련은 펩 과르디올라 훈련 방법론의 근간이 되는 이론으로서 알려져있다. 두 이론 모두 축구를 이해하는 틀의 차이는 크게 없었지만, 비토르 프라데는 거시적으로 축구라는 현상에 집중한 반면 빠꼬 쎄이룰로는 미시적으로 축구 선수에 더욱 집중을 한다.
그림 1. 전술적 주기화 창안자 비토르 프라데
전술적 주기화는 신경과학, 복합성 이론, 카오스 이론, 시스템 이론, 생리학, 심리학, 프랙털 기하학과 사회학을 포함한 다양한 과학적 이론과 학문들에서 파생된 트레이닝 방법론으로서 축구에 적용하는 이론이다. 전술적 움직임, 즉 언제, 어떻게 움직이느냐를 최우선 과제로서 설정하고 이를 훈련하고 실행함에 따라 축구선수에게 필요한 요소들을 강화 시킬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림 2. 구조화 훈련 창안자 빠꼬 쎄이룰로
구조화 훈련은 인간 운동 선수(HA)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훈련 제안이며, 스포츠를 하는 인간의 구조와 운동 행동에서의 표현에 기반을 둔다. HA를 구성하고 있는 생물학적 구조, 인지적 구조, 컨디션적 구조, 코디네이션적 구조, 창의적-표현적 구조, 사회적-정서적 구조, 감정적-의지적 구조, 정신적 구조는 특정 경쟁 환경에 의해 발달한다. 이런 관점에서 생명체는 스스로 조직하는 복잡한 구조이며, 자기생산적 조직으로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특징으로한다.
위 이론들을 종합해서 이해한다면, 축구에서의 복잡계 (Complex System of Football: CSF) 는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로 나뉠 수 있다. 한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축구 팀의 하위 구조인 HA라 한다면, HA의 하위 구조는 HA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구조들을 지칭한다. 축구 경기는 여러 하위 시스템들로 구성된 두 가지 시스템간의 충돌 및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각 시스템 모두 영구적인 혼돈에서 각 시스템 내외부적으로 순환하는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림 3. CSF (modified of Pol et al., 2020)
하지만 과거 팀 훈련방식은 선형적 인과관계를 기반으로 한 개인종목 훈련방식을 통해 발전해왔다. 선형적 인과관계는 어떤 요소의 발전이 필연적으로 전체 퍼포먼스를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1987년 리버풀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많은 팀 스포츠 전문가들이 훈련 방법론에 대해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당시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팀 스포츠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훈련의 질보다는 훈련의 양에, '팀 운동선수' 가 아닌 '운동선수'를 육성하는 방법에 더욱 집중을 했다고 한다. 팀 훈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팀 스포츠를 선형적 인과관계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현상으로 봐야한다. 전 스페인 국가대표 피지컬 코치이자 현재 파리 생제르망 수석코치인 하파엘 폴은 팀 스포츠 훈련을 '시너지'로 이해하며 관점을 달리한다. 과거에는 운동 선수와 팀을 단순히 실행자로서 여겼다면 지금은 과정을 동시에 만들어가는 디자이너로서 여긴다.
그림 4. 트레이닝과 시너지의 비교 (modified of Pol et al., 2020)
축구훈련의 목적은 풋볼 액션의 퀄리티와 풋볼 피트니스를 향상 시키는 것이다. 풋볼 액션은 의사소통, 결정, 결정의 실행으로 나뉜다. 풋볼 어빌리티를 향상 시키는 것은 풋볼 액션의 품질을 향상 시키는 것이다. 풋볼 액션을 90 분 동안 많이 하고, 퀄리티를 유지하고, 밀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을 풋볼 피트니스라고 한다. 즉 축구훈련의 최종적인 목표는 90 분 동안 밀도 있고 퀄리티 있는 액션을 지속할 수 있는 정신의 체력 또한 향상 시켜 경기를 이기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상대 시스템을 불안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다.
축구훈련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어느 클럽이나 비슷하지만 문화,경제, 사회, 국가의 스포츠 정책, 축구 클럽의 혁신적인 전략, 코칭 스태프들의 아이디어, 선수들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조직될 수 있다. 이런 측면들은 상호 중첩적이다. 시스템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변함에 따라 해당 시스템, 상위 시스템, 하위 시스템이 변하고 각 시스템과 에너지 교환을 하고 있는 환경 또한 변한다. 그러므로 중첩된 세계들과 시스템들 아래 축구 훈련을 주관하는 코치는 선수들이 축구 특성적인 맥락에서 어떻게 다차원적으로 부하를 가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그렇다면 부하는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아니, 축구에서 운동 부하란 무엇일까?
그림 5. 무리뉴의 수석코치 루이 파이라
루이 파이라: "강도는 일반적으로 피트니스와 관련된 단어지만, 정신강도 혹은 집중강도로 이해해야합니다. 집중력도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독서에 익숙하지 않다면, 책을 집어들고 두세페이지를 읽고, 네 번째 페이지에 가면 더는 기억이 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집중력이 낮기 때문입니다.하지만 매일 독서를 한다면 20페이지를 읽고도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순간에 도달하게 됩니다. 선수들은 세션이 진행되는 동안 매 순간 더 집중하게 되므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더 잘 인식하고 대응할 준비를 갖출 수 있습니다. 선수들이 90분 동안 수행하는 퍼포먼스의 양과 질, 선수들이 경기 중에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운동에서 부하는 운동량, 운동강도, 운동시간, 운동과 휴식 간 간격 등을 조합해서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보디빌딩식 운동은 일반적으로 강도(중량)과 횟수 그리고 운동과 휴식 간 간격으로 부하를 조절한다. 하지만 축구 훈련에서 부하란 무엇일까? 신체적인 부하만을 따졌을 때 선수 숫자가 적을수록 고강도 액션의 숫자가 높아진다. 하지만 인간 운동선수(HA)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구조들을 고려했을 경우 같은 수준의 11대 11의 게임의 정신적 부하, 인지적 부하, 정서적 부하 등이 4대 4 게임보다 높다.
그림 6. 숫자에 따른 복잡성의 정도와 고강도 액션의 차이 /오른쪽 그림: Verheijen (2020)
우리가 축구 경기와 그 하위 시스템을 복잡계로서 이해한다면, 축구 훈련에서 운동 부하는 축구 경기를 구성하고 있는 한 측면이나 HA를 구성하고 있는 한 구조만을 자극 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차원적인 부하라고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축구 선수에게 단면적인 부하(기술 혹은 체력)만을 가한다면 이 선수가 높은 수준의 축구 경기에 적합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즉, 우리 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상대 시스템을 불안정화하는 방법을 체화하지 못한채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축구 선수의 여러 시스템들을 자극할 수 있는 다차원적 부하, 즉 복잡성은 선수 숫자에 따라 어려워지거나 복잡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선수들이 8대 8 게임을 하는 것이 그 이유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선수들에게 11대 11 게임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복잡성의 정도는 과제의 성격, 경기 국면의 숫자, 상대 선수들의 수준, 회복과 부하 간 관계, 포지션 특성, 공간, 상호작용의 빈도 수, 원칙의 갯수, 경쟁정도, 상대방의 숫자 등에 의해 정해진다. 경기장 크기, 팀 구성 관계, 볼 터치 횟수, 시간 제한, 수비수의 활동 범위 제한, 의무 및 금지 지역, 골대 크기, 골 점수, 골대 갯수, 골대 모양, 골키퍼 투입 유무 등 여러가지 요소들을 조절해 다차원적 부하를 정량적/정성적으로 설정하고 조절할 수 있다.
그림 7. 복잡성 구성도 (modified of Molina et al., 2020)
그림 8. 복잡성 구성도 (modified of Molina et al., 2020)
운동량, 운동강도, 운동시간, 운동과 휴식간 간격, 휴식 횟수 및 시간을 세트간, 훈련세션간, 훈련일간, 주간 (Micro-Cycle), 월간 등 이 관계들을 최적으로 조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조직화를 동반한 초과회복을 할 수 있도록 축구특성적-다차원적 부하를 조절하는 것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초과회복이란 단순히 신체적 회복만을 목표로 하는 초과회복이 아니다. 선수들이 가능한 많이, 가능한 자유롭게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하고, 다시 고민할 수 있는 정신적 회복 시간도 포함된다. 자기조직화의 형태 변화는 불안정적이라 외부에서 단편적으로 봤을 때 그 시스템이 침체기를 겪는 것 처럼 볼 수도 있다.
축구 경기는 혼란과 정돈 사이를 오가며, 복잡하며, 예측할 수 없고 상대방과 환경에 매우 의존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혼돈의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생산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아야만한다. 지속적인 자기조직화 과정을 거친다면 선수라는 혼돈의 상황에서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구조들을 활성화 시켜 해결책을 찾고 생애주기동안 발전 시킬 수 있다.
이강인: 제가 스페인에 왔을 때 유럽 유소년 선수들이 패스를 너무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근데 게임 템포는 엄청 빠르더라구요. 터치라인에서 경기를 지켜보니 패스와 볼 컨트롤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았는데..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볼을 가지면 자신의 솔루션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더라구요.
구조화 훈련을 창안했던 빠꼬 쎄이룰로는 게임 모델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론을 개발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즉, 축구 선수의 시스템은 생애 주기동안 여러 공간과 시간에서 지속적으로 자기 조직화과정을 거쳐 발전하는 것으로서 인식해야하고 코치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축구특성적-다차원적 부하를 고려하고 정량적으로 조절해야한다.
트레이너톡넷
축돌이 작성
UEFA B
문헌참조
1. Rafel Pol. Training or Synergizing? Complex Systems Principles Change the Understanding of Sport Processes
2. Miguel Molina. OPTIMIZACIÓN DEL RENDIMIENTO INDIVIDUAL Y DESARROLLO DEL MODELO DE JUEGO:
ANÁLISIS Y ORIENTACIÓN METODOLÓGICA
3. Verheijen Raymond. The Original Guide to Football Periodisation: Part 1 - Softcover
'축구훈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구훈련: 패스 차단 훈련 (0) | 2023.12.31 |
---|---|
축구훈련: 방향전환 훈련 (0) | 2023.12.31 |
웨일스 뉴 세인츠FC: 유소년 훈련 (0) | 2023.07.28 |
팀 스포츠 훈련: 바르셀로나의 구조화된 훈련 (0) | 2023.07.27 |
스리백 빌드업 훈련 (0) | 2023.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