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김병수의 축구 1

2018. 7. 9. 01:45축구이야기

#속도를 높이기 위해


"디테일을 잡아야 팀 전체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거죠. 모든 선수가 똑같은 동작으로 통일이 돼야 플레이가 멈추지 않고 이어지잖아요. 그래야 서로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어요. 그게 복잡한 게 아니에요. 선수들이 복잡하게 받아들이면 문제가 생길 테니까 단손순하게 만들어야 돼요. 디테일이란 건 화려한 게 아니라 기본 동작을 더 빠르게 하는 거죠. 공을 잡아놓는 방향, 자세 등 훈련에서 강조하는 것들이 제 팀의 기본이 돼요.



디테일이 모이면 경기하는 속도가 빨라지죠. 팀이 앞으로 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쉽게 말하자면 자동화라고 할까요? 속도뿐 아니라 템포도 빨라지죠. 그러면 상대 팀에게 프레스(압박)를 안 당하겠죠. 그것만으로도 모든 게 될 수 있는 거예요. 모든 게 가능해져요. 축구의 문제란 프레스를 당하는 순간 발생하기 때문에 그 전에 빠져나가야 해요.



공은 소유하는 게 아니에요. (질문: 공 점유율을 강조하시잖아요. 그런데 공은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으신 거예요?) 소유하는 게 아니고 공유하는 거죠. 소유는 나만을 위한 거고 공유는 팀 전체를 위한 거잖아요. 공유를 통해서 우정을 나누는 거고. 이게 내 기본적인 축구 철학과 밀접한 건데, 그래야만 선수들이 부담감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거예요. 인간은 누구나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까 부담을 덜어줘야 돼요. 그런데 개인이 아닌 팀으로 뛰면서 좋은 경기를 하면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가죠? 각 개인에게 돌아가잖아요.



결국 공을 공유하는데 충실하면 진정한 자유인이 된다는 거죠. 그리고 우정을 나누게 되고. 영남대에선 선수들이 공을 통해 우정을 나누는 걸 많이 봤죠. 여기선 새로 시작하니까 힘든 작업이 될 테고, 반드시 제 방법이 옳은 건 아니죠. 어찌됐든 제 스타일이 있으니까.



전 여러 부분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엮어지는 걸 좋아해요. 선수 심리 지도와 전술 지도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축구란 게 공격과 수비인데, 공격에 치중할 것인지 수비에 치중할 것인지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잖아요. 너무 다양한 접근법을 가지면 오히려 피곤해져요.



현대 축구는 압박과 탈압박의 문제, 그리고 카운터(역습)의 문제죠. 카운터만 하면 공을 빨리 잃어버리니까 흔히 말하는 공 소유 게임이 안 되고, 너무 공을 가지고 있으려 하면 카운터가 안 돼요. 이게 딜레마예요. 수비적으로 해서 이기면 경기력 나쁘다고 하고, 공격적으로 해서 못 이기면 골 못 넣는다 하고. 그 사이에서 답을 찾아야 되는 게 축구인데. 너무 전술적으로 분명한 이야기를 해 드릴 순 없고, 전 나름의 답을 갖고 선수들과 이야기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