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0. 23:11ㆍ축구이야기
축구계에 나타나는 사회 문제
축구계의 문제는 축구계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 시스템 문제가 축구계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축구계의 본질적인 문제들과 해결책을 아래에 제시 했습니다.
1. 학교 교육
산업화 시대에는 일반 사람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이라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명제는 '아는 것이 힘이다' 였습니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교육 방법은 산업화 이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이들은 질문할 수 없고, 규격화된 사고를 강요 받고 있습니다.
해결책
2. 학부모가 착취되는 구조
슛포러브 코치 : 아스날 아이들이 엄청 민첩하던데 코디네이션이나 코어같은 훈련을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나요?
▶ 그런 훈련은 안해요. 저희가 여기에서 제일 먼저하는 것은 운동 신경이 있거나 움직임이 좋은 아이들을 먼저 식별하는 거에요. 저희는 선수들을 선별할때 이 선수가 축구에 적합한 좋은 움직임을 가지고 있느냐를 봅니다. 프리미어 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리그고 추후에 아이들이 뛰는 리그에요. 그래서 아이들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적합한 몸을 가지고 있어야해요.
우리가 주목하는 건 재능 있는 선수의 6가지 특징이다. ① 위닝 멘털리티(이긴다는 자세) ② 성격 ③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가 ④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는가 ⑤ 가속할 때의 폭발력, ⑥ 신체 지배력이다. 14세 때 기술이 좋다는 건 헤딩이나 롱킥을 열심히 연습했다는 뜻이 아니라,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자기 몸을 잘 다룰 줄 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신적 능력들과 함께 신체 지배력이 중요하다. 근력은 성장이 끝난 뒤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
이와 같은 구조가 가능한 것은 어느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축구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결책
3. 전문가 부재
체육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전문가가 없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목소리는 반영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엘리트 스포츠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엘리트 스포츠 자체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척결해야할 것은 아마추어 선수를 국가가 육성해 병영식 선수촌에서 운동에 전념토록 해서 국가가 보상을 하는 형태에서 발생한 '국가아마추어리즘‘ 에 기반한 엘리트 체육이지, 엘리트 체육 그 자체가 아닙니다.
엘리트 스포츠 자체를 없애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한 배경을 부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냉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냉정하게 사태를 분석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정책들만 만들어 냅니다. 한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2003년 4월 1일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책임자들은 합숙소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축구부 합숙소에 관리인원이 상주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입니다. 엘리트 체육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엘리트 체육을 비합리적으로 다루는 것이 문제입니다. 폐쇄적인 환경에서 합숙소를 운영한 것이 잘못이지, 엘리트 체육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훈련량과 시합 성과를 비례해서 보는 잘못된 훈련 방법론적 인식이 문제인 것이지, 엘리트 체육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학생 수가 부족해 선수 수급이 어려운 학교들은 타 지역에서 선수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합숙소에 상주하는 관리직을 뽑고 타 지역에서 온 선수들만 합숙소를 이용하도록 제도화해야 하는데, 학생 수가 부족해 타 지역 학생들을 수급하는 학교에게 합숙소 운영을 금지했습니다.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 아이들은 지금 치외법권 지역 원룸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 유수의 분데스리가 클럽들은 타 지역 또는 타 국가에서 온 선수들을 관리하기 위해 교육자, 심리학자, 요리사 등 전문 인력을 고용해서 선수들을 돌봅니다. 심지어 이탈리아 세리에 A 아탈란타 유소년 합숙소에는 성직자가 상주하며 선수들을 돌봅니다.
'전문 체육' '생활 체육' '학교 체육' 은 세발 자전거의 바퀴와 같습니다. 하나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다면 자전거가 굴러가지 않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엘리트 체육에서 사회 체육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엘리트 생태계를 개혁하고 스포츠복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모두를 위한 체육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엘리트 체육 그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 체육을 다루는 우리의 방법이 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4. 잘못된 인사 정책
체육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늘 똑같은 패턴이 나타납니다. '전수조사' '진상규명위원회' '인권회' 등 여러 위원회가 설치되고 대규모 전수조사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떱니다. 부랴부랴 유명한 선수출신, 저명한 사회 인사 혹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벗어났던 교수들을 모아 혁신위원회를 꾸립니다. 정작 이해당사자인 선수와 감독들은 배제됩니다. 매번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매번 똑같은 대응을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늘 해결되지 않습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설치하며 대학 교수, 저명 인사 등을 회원으로 영입했습니다.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해당사자이자 보편적인 '선수' 와 '감독' 은 없었습니다. 위원회 구성원들은 보편적인 체육인이라기보다 나름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라 그들의 입장은 보편적인 체육인과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문경란이라는 분께서 위원장으로 선임되었는데, 이 분의 이력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 前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여성전문기자 /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사회학부전공)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여성학 석사) / 경인일보 기자(1984~1986) 중앙일보 기자 /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여성부 여성정책자문위원 / 한국여기자협회 부회장(2006~2008) /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2007~현재)
스포츠와 관련한 활동이 전무하고 인권 혹은 여성과 관련해서 활동을 했던 분입니다. 이 분을 위원장을 선임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체육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문제라 생각하지 않고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의 인권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고에서 비롯된 인사 정책입니다. 체육계를 바라보는 고위 공직자의 시선이 굉장히 오만함을 알 수 있습니다. 체육인들을 계몽대상으로 보는 듯한 인사입니다.
과거 스포츠 정책은 학교와 국가를 위한 운동선수를 양성한다는 명목 하에 학생선수들의 인격과 사고력을 말살했습니다. 학교 교사는 본인의 승진을 위해, 학부모는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선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즉 각자의 보상체계를 위해 감독의 폭력 용인에 대해 암묵적 합의를 했고 국가아마추어리즘은 견고화 되었습니다. 당시 그 제도를 마련한 것은 국가입니다. 성폭력 가해자 뒤에 늘어서 있는 흐릿한 얼굴의 가해자들 중에 „나“ 도 끼어 있다는 사실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학교, 선생님, 학부모 모두 자인해야합니다. 체육인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낙후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이력서가 화려한 사람보다 이력서가 한 줄이라도 현장을 이해하는 보편적인 체육인을 책임자로 선임해야합니다.
5. 잘못된 인식
우리는 ‘지성’이라는 가치를 굉장히 과대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람들은 모두 뇌구조가 다릅니다. 어느 누구는 운동을 잘할 수 있고, 어느 누구는 공부를 잘 할 수 있고, 어느 누구는 운동과 공부를 동시에 다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과 공부를 둘 다 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운동선수가 시험을 쳐서 체육 이외의 과목으로 대학교에 가는 경우는 독일에서도 드뭅니다. 독일 축구 프로 산하 유소년 팀 소속 선수들이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을 달성했을 경우 지역 신문사에서 이를 다룹니다.
재능의 분배는 어느정도 균등하게 이루어집니다. 운동을 잘 하는 아이들 중 공부를 평균 이상으로 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드문 사례가 자주 보도 되어 매번 있는 일인 마냥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운동선수에게 공부를 강제하기 위해 일정 성적을 받지 못하면 시합에 출전금지를 하는 최저학력제는 그 기준이 낮다고 해도, 공부의 재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힘겨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일 공부만 하는 아이에게 축구공 리프팅을 30개 이상 못할 경우, 학교 시험을 강제로 못치게 한다면 반발이 엄청날 겁니다.
톨스토이 : 나는, 교사가 교사 나름대로 강의 시간을 정하고 학생들은 거기에 참석하든 안하든 자유롭게 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기괴하기 짝이 없는 교육제도를 만들어버린 우리의 눈에는 그것이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완전한 학문의 자유야말로 바꿔 말하면 학생들이 하고 싶을 때만 공부하는 것이야말로 효과적인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
그것은 음식이 진정으로 몸에 흡수되는 것은 정말 먹고 싶을 때 먹는 경우뿐인 것과 같습니다. 다만 그 양쪽의 차이라고 하면 물질적인 것에서는 자유의 결여에 의한 폐해가 즉시 나타나서 당장 구역질을 하고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것에서는 폐해가 그리 빨리 나타나지 않아서 1년이 지나도 아무 표시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완전한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비로소 우수한 학생이 능력이 뒤떨어지는 학생 때문에 제자리걸음하는 일 없이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고 그런 좋은 학생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학생인 것입니다. 그러한 자유가 주어지면, 적당한 시간에 자유로운 조건 아래 배우면 굉장히 좋아하게 될 학과를 학생이 까닭 없이 싫어하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도 사라지고 나아가서는 어느 학생이 어느 학과에 적성이 있는지도 알 수 있으니 완전한 자유만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교육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학생들에게 남에게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훈계하면서 우리 자신이 그들에게 잔인하기 짝이 없는 지적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것입니다.
공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사회에 나왔을 때 필요한 것은, 국영수 지식이라기보다 전문적 지식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전에 관심있는 전문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습관과 태도를 훈련해야합니다. 시험 성적 그 자체, E-School 이수를 강요하는 것은 수단이 목적화 된 것입니다.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시험과 공부를 그저 시간을 떼우고 불편한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어느정도 학교 공부를 하는 것이 기본소양과 상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도를 모르거나, 수학을 못하거나, 영어를 못하는 것이 흠입니까 아니면 그것을 못한다고 바보라고 여기는 우리가 흠입니까. 지식 자체가 아니라 학습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장학퀴즈식 답변을 하지 못하면, 왜 우리는 이를 조롱하며 무식하다고 유희거리로 삼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저학력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시합에 참여하지 못하는 제도는 감독과 선수들을 죄인으로 만드는 제도입니다. 한국에서 선수들에게 학점을 쉽게 주는 과목을 개설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우리가 찬양하는 미국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럼에도 미국 선수들이 최저학력제를 충족하는 이유는 미국 대학교 스포츠 산업이 굉장히 큰 부가가치를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선수단 관리 담당자들이 중, 고등학교 선수들을 대상으로 비싼 돈을 들여 개인 과외를 시켜줍니다. 한국과는 전혀 상황이 다릅니다.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승,패 조차 아예 악으로 규정하는 잘못된 인식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전국대회에 참여한 학교 농구 클럽 팀입니다. 전문 선수들이 아니라 취미로 운동을 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팀입니다.
교육부는 2019년 전국학교클럽대회에서 승패없이 경기를 치루도록 했습니다. 승패를 없앤 이유는 과열된 양상이 분명 잘못을 야기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이에 맞서 아이들의 성숙한 의견은 정말 눈여겨볼만 합니다.
"경기가 과열되고 목소리가 커지는 걸 저희가 알아서 다운시키는 게 교육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면 확실히 자신에 대한 부족한 점을 더 알게되고, 팀에 대한 애착이 확실히 더 생기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승패를 안가리고 하다면 이런 부분을 못느끼고 자신에 대한 발전이 사라질 것 같아요"
스포츠는 악이 아닙니다. 스포츠에서 나타나는 경쟁도 악이 아닙니다. 이를 다루는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축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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