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 나타나는 사회 문제

2022. 3. 20. 23:11축구이야기

축구계에 나타나는 사회 문제


축구계의 문제는 축구계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 시스템 문제가 축구계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축구계의 본질적인 문제들과 해결책을 아래에 제시 했습니다. 


1. 학교 교육


산업화 시대에는 일반 사람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이라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명제는 '아는 것이 힘이다' 였습니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교육 방법은 산업화 이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이들은 질문할 수 없고, 규격화된 사고를 강요 받고 있습니다.
특히 두발자유, 여중여고 남중남고, 교복 착용시기 강제화 등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없는 제도가 견고히 갖추어져 있습니다. 선도부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강제로 미용실에 데려가 삭발을 시킵니다. 우리 학생들은 제각각 더위와 추위를 다르게 느끼지만, 하복 및 춘추복 착용 시기를  스스로 정할 수 없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암묵적으로 반장 역할을 위임해 교묘하게 그 외 학생들이 권위와 성적에 굴복 하도록 만듭니다.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생들에게는 따로 독서실을 내줍니다. 즉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소위 '빡대가리' 취급하며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열등감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우월감을 심어줍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유소년 축구 선수와 그렇지 않은 환경의 유소년 축구 선수간 차이가 있습니다.
최근 축구 훈련의 화두는 '생각이 빠른 선수'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축구 감독들은 아이들에게 볼을 받기 전에 생각을 하라고 합니다. '볼을 받기 전에 생각을 해라' 고 말하는 것은 말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일 뿐더러,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생각해라'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고 능력을 박탈 당하는 학교에 머물며 생각 하는 법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축구 감독들은 생각을 하라고 합니다.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훈련 방법이 가미 되었을 때는 아이들은 편함을 느낍니다. 사고력이 다시 감퇴되는 신호입니다.
스페인에서 축구를 배우고 프로가 된 이강인 선수가 이야기 했던 경험담이 흥미롭습니다. 스페인 선수는 경기장 밖에서 잘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경기장에서는 자기의 고유한 판단과 실행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몇몇 외국 지도자들은 한국인 선수는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매우 잘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경기장에서 판단력이 아쉽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국 프로 산하 유소년 코치가 도르트문트 유소년 팀과 붙었던 경험담을 이야기 해줬습니다. 시합 하기 전 소속팀 아이들이 도르트문트 쟤네들 너무 못하는데요? 라고 말했는데, 경기 결과는 0-5 으로 참패 했다고 합니다. 

해결책
경기장에서 독창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아이들을 억압하는 제도들을 타파해야 합니다. 단순히 친일 혹은 독재 잔재의 문제 혹은 인권 박탈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권위에 복종 시켜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두발자유를 제도화 해야 합니다. 서울 경기권은 꽤나 진척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방의 많은 학교들은 아직도 두발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권 프레임을 가지고 두발자유 제도화를 주장할 경우, 반대하는 입장에서 학생다움 안에서 인권을 주장한다면, 이를 이겨내기 쉽지 않을 뿐더러 부모님들도 반대 입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창의적 혹은 유능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두발자유를 제도화 해야한다고 주장한다면 부모님들의 찬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능함vs무능함 프레임으로 다가서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교권약화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를 몇 가지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학생들이 춘추복/하복 등 교복을 스스로 입을 수 있는 시기를 정해주고 답답한 교복이 아니라 편한 재질로 만든 교복을 보급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복 착용의 경우,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아이들도 있을 뿐더러 교복을 만드는 업체 측의 반발도 우려가 되기 때문에 사복 착용은 학생 수가 급감하는 몇 십년 후 정도로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셋째, 일베와 워마드 사이트를 키워 만들어진 남녀갈등을 타파하기 위해 중, 고등학교를 서서히 남녀공학으로 전환해야합니다. 남중,남고,공대, 군대를 거친 남학생의 경우 여성에 대한 이해가 현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여자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 제도는 여남갈등을 고조 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 15명 정도 구성된 축구 팀에도 최소 감독 한 명과 코치 한 명이 있습니다. 축구 팀도 1시간 반 훈련을 위해서 최소 2명의 지도자가 필요한데, 교사 1명이 20-30명 이상으로 구성된 학급을 맡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대규모 그룹으로 교육을 하는 것보다 소규모 그룹으로 교육을 할 때,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유럽 축구협회는 오래전 부터 성인을 위한 축구경기(11v11) 이 아니라 유소년 선수를 위한 축구경기(8v8)를 도입해 유소년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자기 결정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2-3년 전부터 대한축구협회도 초등학교 선수들을 대상으로 8인제 축구를 도입했는데, 이는 선수들의 볼 터치 횟수를 증가시켜 주도적인 경험의 기회를 많이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축구판에서 얻은 지혜를 교육에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학부모가 착취되는 구조

소위 축구에 재능이 있다고 평가를 받는 아이들은 프로 산하 유스팀에서 경제적 부담 없이 축구를 배웁니다.
이 아이들을 제외하고, 축구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보다 축구를 하고 싶어하거나 재정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부모의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축구를 합니다.
즉 눈에 띌 정도로 재능이 출중한 아이들의 경우 부담없이 축구를 배울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재능을 갖췄지만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 축구를 배울 수 없습니다. 재능은 없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아이들이 이 자리를 대체합니다. 선수 수급을 하지 못하면 생계가 위태로울 수 있는 자영업 축구센터나 학원 축구부는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 혹은 부족한 아이들로 선수를 꾸립니다. 회비를 부담할 수 있는 학부모의 아이들은 수단으로서 이용됩니다.
재능이 부족한 이 아이들은 소위 기본기 훈련으로서 기계적 반복 훈련을 합니다. 이는 축구를 잘하는 훈련이 아니라 볼을 잘 다루는 훈련으로, 학부모나 다른 이들에게 착시 현상을 일으킵니다. 타고난 신체 지배력이 있는 선수와 만들어진 선수 간 차이를 구분 못하는 부모들에게 허황된 꿈과 희망을 줍니다.
유럽은 만들어진 기술을 가진 선수보다 타고난 운동신경을 가진 아이들을 스카우팅 합니다.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을 선별할 경우 트레이닝 시간을 효율적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아이들을 대상으로 팀 훈련에서 정적인 반복 운동보다 실전과 유사하거나 복합적인, 어려운, 빠른, 새로운 훈련을 한다면 효과가 큽니다.
아래는 아스널FC 유소년 팀 코치의 인터뷰입니다.
슛포러브 코치 : 아스날 아이들이 엄청 민첩하던데 코디네이션이나 코어같은 훈련을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나요?

▶ 그런 훈련은 안해요. 저희가 여기에서 제일 먼저하는 것은 운동 신경이 있거나 움직임이 좋은 아이들을 먼저 식별하는 거에요. 저희는 선수들을 선별할때 이 선수가 축구에 적합한 좋은 움직임을 가지고 있느냐를 봅니다. 프리미어 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리그고 추후에 아이들이 뛰는 리그에요. 그래서 아이들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적합한 몸을 가지고 있어야해요.
벨기에 축구협회가 선수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유사합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재능 있는 선수의 6가지 특징이다. ① 위닝 멘털리티(이긴다는 자세) ② 성격 ③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가 ④ 현명한 의사결정을 하는가 ⑤ 가속할 때의 폭발력, ⑥ 신체 지배력이다. 14세 때 기술이 좋다는 건 헤딩이나 롱킥을 열심히 연습했다는 뜻이 아니라,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자기 몸을 잘 다룰 줄 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신적 능력들과 함께 신체 지배력이 중요하다. 근력은 성장이 끝난 뒤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

이와 같은 구조가 가능한 것은 어느 누구나 경제적 부담 없이 축구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결책
취미로 축구를 하는 독일 아이들은 팀에서 활동하기 위해 월 5,000원 정도 회비를 냅니다. 프로 산하 유소년 선수들의 경우 구단에서 전적으로 지원해주고 실력이 출중한 아이에게는 오히려 돈을 줍니다. 유럽에선 경제적 이유로 인해 재능이 있는 유소년 선수들이 축구를 포기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잘하는 아이들끼리 모아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고 이들의 실력향상을 의도합니다.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못한다고 진실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 클럽 및 학원 팀은 1명이 있고 없고 경제적 타격이 큽니다. 프로 축구 팀을 제외하고 대부분 학원 및 클럽 축구팀들은 교육청, 학부모, 후원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진실을 말해주기 어렵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가지고 있는 학부모들과 자녀들이 착취되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됩니다. 학부모가 착취되는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 유소년 축구에 새로운 자본을 유입 시켜야 합니다.
으랏차차 만수로라는 프로그램에서 보면 부를 축적한 인사들은 이제 사회적 명예를 원합니다. 유소년 축구 팀을 운영함에 있어 이들을 드러나게 만들고 부분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유소년 축구 경영팀은 이를 통해 자본을 확보해야 합니다. 폐쇄적이고 경직되어 있는 자본의 흐름을 열어주는 겁니다.
한국 프로 스포츠는 상업화 개념이 자리 잡지 못해 기업과 국가에서 관성적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 스포츠도 수익률이 낮을 뿐더러 유소년 축구는 수익의 영역이 아니라 투자의 영역이라, 유소년 축구에서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구성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투자자면서 부분적으로 경영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을 구한다면 축구계 뿐만 아니라 스포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공스포츠클럽은, 공공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시민축구단이 사실상 시립축구단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조직한 결사체가 아닙니다.
주식회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일정한 자본을 투자했을 경우에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하지만 클럽 자체나 혹은 시민들이 지분을 51% 차지해 의사 결정에서 우위를 가지는 독일식 스포츠클럽 페어아인 (Verein)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잘하는 아이들만 스포츠 교육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면 누구나 무상으로 스포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본 스포츠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풀이 넓어져 잘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억압된 청소년들의 분출구가 생기고, 시장 논리에만 의거해 재능있는 아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를 복지의 개념으로서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는 기본 스포츠 시스템은 축구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변혁 시킬 것입니다.

3. 전문가 부재 

 

체육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눈을 가진 전문가가 없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목소리는 반영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엘리트 스포츠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엘리트 스포츠 자체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척결해야할 것은 아마추어 선수를 국가가 육성해 병영식 선수촌에서 운동에 전념토록 해서 국가가 보상을 하는 형태에서 발생한 '국가아마추어리즘‘ 에 기반한 엘리트 체육이지, 엘리트 체육 그 자체가 아닙니다. 

 

엘리트 스포츠 자체를 없애야 한다라는 주장에 대한 배경을 부분적으로 공감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냉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냉정하게 사태를 분석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정책들만 만들어 냅니다. 한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2003년 4월 1일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책임자들은 합숙소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축구부 합숙소에 관리인원이 상주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입니다. 엘리트 체육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엘리트 체육을 비합리적으로 다루는 것이 문제입니다. 폐쇄적인 환경에서 합숙소를 운영한 것이 잘못이지, 엘리트 체육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훈련량과 시합 성과를 비례해서 보는 잘못된 훈련 방법론적 인식이 문제인 것이지, 엘리트 체육 그 자체의 문제는 아닙니다.  

 

학생 수가 부족해 선수 수급이 어려운 학교들은 타 지역에서 선수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합숙소에 상주하는 관리직을 뽑고 타 지역에서 온 선수들만 합숙소를 이용하도록 제도화해야 하는데, 학생 수가 부족해 타 지역 학생들을 수급하는 학교에게 합숙소 운영을 금지했습니다.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 아이들은 지금 치외법권 지역 원룸에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 유수의 분데스리가 클럽들은 타 지역 또는 타 국가에서 온 선수들을 관리하기 위해 교육자, 심리학자, 요리사 등 전문 인력을 고용해서 선수들을 돌봅니다. 심지어 이탈리아 세리에 A 아탈란타 유소년 합숙소에는 성직자가 상주하며 선수들을 돌봅니다. 

 

'전문 체육' '생활 체육' '학교 체육' 은 세발 자전거의 바퀴와 같습니다. 하나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다면 자전거가 굴러가지 않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엘리트 체육에서 사회 체육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엘리트 생태계를 개혁하고 스포츠복지로 전환해야 합니다. 모두를 위한 체육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엘리트 체육 그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 체육을 다루는 우리의 방법이 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4. 잘못된 인사 정책

 

체육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늘 똑같은 패턴이 나타납니다. '전수조사' '진상규명위원회' '인권회' 등 여러 위원회가 설치되고 대규모 전수조사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떱니다. 부랴부랴 유명한 선수출신, 저명한 사회 인사 혹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벗어났던 교수들을 모아 혁신위원회를 꾸립니다. 정작 이해당사자인 선수와 감독들은 배제됩니다. 매번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매번 똑같은 대응을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늘 해결되지 않습니다.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설치하며 대학 교수, 저명 인사 등을 회원으로 영입했습니다.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해당사자이자 보편적인 '선수' 와 '감독' 은 없었습니다. 위원회 구성원들은 보편적인 체육인이라기보다 나름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라 그들의 입장은 보편적인 체육인과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문경란이라는 분께서 위원장으로 선임되었는데, 이 분의 이력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 前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여성전문기자 /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사회학부전공)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여성학 석사) / 경인일보 기자(1984~1986) 중앙일보 기자 / 미국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여성부 여성정책자문위원 / 한국여기자협회 부회장(2006~2008) /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2007~현재) 

 

스포츠와 관련한 활동이 전무하고 인권 혹은 여성과 관련해서 활동을 했던 분입니다. 이 분을 위원장을 선임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체육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문제라 생각하지 않고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의 인권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고에서 비롯된 인사 정책입니다. 체육계를 바라보는 고위 공직자의 시선이 굉장히 오만함을 알 수 있습니다. 체육인들을 계몽대상으로 보는 듯한 인사입니다. 

 

과거 스포츠 정책은 학교와 국가를 위한 운동선수를 양성한다는 명목 하에 학생선수들의 인격과 사고력을 말살했습니다. 학교 교사는 본인의 승진을 위해, 학부모는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선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즉 각자의 보상체계를 위해 감독의 폭력 용인에 대해 암묵적 합의를 했고 국가아마추어리즘은 견고화 되었습니다. 당시 그 제도를 마련한 것은 국가입니다. 성폭력 가해자 뒤에 늘어서 있는 흐릿한 얼굴의 가해자들 중에 „나“ 도 끼어 있다는 사실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학교, 선생님, 학부모 모두 자인해야합니다. 체육인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낙후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이력서가 화려한 사람보다 이력서가 한 줄이라도 현장을 이해하는 보편적인 체육인을 책임자로 선임해야합니다.

5. 잘못된 인식

 

우리는 ‘지성’이라는 가치를 굉장히 과대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람들은 모두 뇌구조가 다릅니다. 어느 누구는 운동을 잘할 수 있고, 어느 누구는 공부를 잘 할 수 있고, 어느 누구는 운동과 공부를 동시에 다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과 공부를 둘 다 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운동선수가 시험을 쳐서 체육 이외의 과목으로 대학교에 가는 경우는 독일에서도 드뭅니다. 독일 축구 프로 산하 유소년 팀 소속 선수들이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을 달성했을 경우 지역 신문사에서 이를 다룹니다.

 

재능의 분배는 어느정도 균등하게 이루어집니다. 운동을 잘 하는 아이들 중 공부를 평균 이상으로 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드문 사례가 자주 보도 되어 매번 있는 일인 마냥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운동선수에게 공부를 강제하기 위해 일정 성적을 받지 못하면 시합에 출전금지를 하는 최저학력제는 그 기준이 낮다고 해도, 공부의 재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힘겨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일 공부만 하는 아이에게 축구공 리프팅을 30개 이상 못할 경우, 학교 시험을 강제로 못치게 한다면 반발이 엄청날 겁니다.

톨스토이 : 나는, 교사가 교사 나름대로 강의 시간을 정하고 학생들은 거기에 참석하든 안하든 자유롭게 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기괴하기 짝이 없는 교육제도를 만들어버린 우리의 눈에는 그것이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완전한 학문의 자유야말로 바꿔 말하면 학생들이 하고 싶을 때만 공부하는 것이야말로 효과적인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

그것은 음식이 진정으로 몸에 흡수되는 것은 정말 먹고 싶을 때 먹는 경우뿐인 것과 같습니다. 다만 그 양쪽의 차이라고 하면 물질적인 것에서는 자유의 결여에 의한 폐해가 즉시 나타나서 당장 구역질을 하고 배가 아프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것에서는 폐해가 그리 빨리 나타나지 않아서 1년이 지나도 아무 표시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완전한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비로소 우수한 학생이 능력이 뒤떨어지는 학생 때문에 제자리걸음하는 일 없이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고 그런 좋은 학생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학생인 것입니다. 그러한 자유가 주어지면, 적당한 시간에 자유로운 조건 아래 배우면 굉장히 좋아하게 될 학과를 학생이 까닭 없이 싫어하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도 사라지고 나아가서는 어느 학생이 어느 학과에 적성이 있는지도 알 수 있으니 완전한 자유만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교육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학생들에게 남에게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훈계하면서 우리 자신이 그들에게 잔인하기 짝이 없는 지적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것입니다.

 

공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사회에 나왔을 때 필요한 것은, 국영수 지식이라기보다 전문적 지식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전에 관심있는 전문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습관과 태도를 훈련해야합니다. 시험 성적 그 자체, E-School 이수를 강요하는 것은 수단이 목적화 된 것입니다.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시험과 공부를 그저 시간을 떼우고 불편한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어느정도 학교 공부를 하는 것이 기본소양과 상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도를 모르거나, 수학을 못하거나, 영어를 못하는 것이 흠입니까 아니면 그것을 못한다고 바보라고 여기는 우리가 흠입니까. 지식 자체가 아니라 학습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장학퀴즈식 답변을 하지 못하면, 왜 우리는 이를 조롱하며 무식하다고 유희거리로 삼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저학력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시합에 참여하지 못하는 제도는 감독과 선수들을 죄인으로 만드는 제도입니다. 한국에서 선수들에게 학점을 쉽게 주는 과목을 개설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우리가 찬양하는 미국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럼에도 미국 선수들이 최저학력제를 충족하는 이유는 미국 대학교 스포츠 산업이 굉장히 큰 부가가치를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선수단 관리 담당자들이 중, 고등학교 선수들을 대상으로 비싼 돈을 들여 개인 과외를 시켜줍니다. 한국과는 전혀 상황이 다릅니다.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승,패 조차 아예 악으로 규정하는 잘못된 인식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전국대회에 참여한 학교 농구 클럽 팀입니다. 전문 선수들이 아니라 취미로 운동을 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팀입니다.

 

교육부는 2019년 전국학교클럽대회에서 승패없이 경기를 치루도록 했습니다. 승패를 없앤 이유는 과열된 양상이 분명 잘못을 야기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이에 맞서 아이들의 성숙한 의견은 정말 눈여겨볼만 합니다.

 

"경기가 과열되고 목소리가 커지는 걸 저희가 알아서 다운시키는 게 교육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지면 확실히 자신에 대한 부족한 점을 더 알게되고, 팀에 대한 애착이 확실히 더 생기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승패를 안가리고 하다면 이런 부분을 못느끼고 자신에 대한 발전이 사라질 것 같아요"

 

스포츠는 악이 아닙니다. 스포츠에서 나타나는 경쟁도 악이 아닙니다. 이를 다루는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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