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7. 16. 02:40ㆍ축구이야기
과르디올라와 시메오네의 철학에 대해
과르디올라는 디테일에 집중했다. 그는 모든 걸 통제하려 했다. 내가 쓰로인 수비를 연습해본 건 펩 때가 처음이었다. 펩은 쓰로인 수비 때 우리가 있어야 할 포지션을 모두 지정해줬다. 상대가 쓰로인을 얻으면 우린 모두 지정된 위치로 이동했다. 가끔씩 상대 선수가 "뭐야 이게? 쓰로인할 공간도 없잖아!" 라고 말하곤 했다. 펩은 모든 걸 컨트롤했다.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어떤 이들은 우리를 따라하려 했다. 예를 들어 뢰브는 우리를 공부했고 그의 업적을 이뤘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그게 시메오네다. 시메오네는 코케를 비롯한 재능 있는 선수들을 깊게 내려앉아 수비하고 압박하면서 상대의 우월함을 뚫어내는 역할로 사용한다.
축구는 신체적으로, 전술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이제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은 기술적인 능력, 축구를 이해하고 공격하는 방법을 찾는 일 뿐이다. 그런 것들이 선수의 재능인데, 그 부분에서 충분한 발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축구계에는 과르디올라보다 시메오네가 많기 때문이다.
EPL을 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팀들이 펩처럼 플레이하는가? 3팀? 4팀? 반면 얼마나 많은 팀들이 시메오네처럼 주도권을 포기하고 플레이하는가? 70%다. 라 리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오, 하지만 우린 시티나 바르샤와 경쟁할 수 없다고 같은 핑계를 댄다. 하지만 그들은 레가네스를 상대로도 똑같이 플레이한다!
이번 시즌은 EPL에서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과르디올라가 상대를 압도하고 있고 상대는 공은 잊어버리고 내려앉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온다. 내가 약팀 감독인데 바르샤를 상대한다면, 난 그들의 공을 뺏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어떻게 바르샤를 상대로 수비할 것인가? 답은 파코 헤메즈처럼 전방 압박을 하는 것이다. 테어 슈테겐 -> 피케 -> 미드필더 패스 루트를 가만히 내버려두면 그건 죽음을 맞이하게 될 뿐이다.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축구에 맞게 선수들을 훈련시킨다. 시메오네는 뒤로 내려앉는 전술에 맞춰 선수들을 준비시킨다. 그들의 프리시즌이 매우 빡센 이유는 항상 수비하고, 압박하고, 커버 플레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메오네는 나라면 매우 하기 싫을 것 같은 플레이를 코케 같은 선수들이 수행하도록 설득시켰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플레이를 즐긴다! 난 벤치에서 그를 지켜봤다. 시메오네는 자기 팀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기뻐한다. 과르디올라는 그의 축구에 맞춘 훈련을 했다. 짧은 스프린트, 번뜩임, 움직임, 후방 빌드업 등등. 시메오네는 더 넓은 공간에서 뛰기에 알맞도록 선수들을 훈련시킨다.
- 공을 점유하는 팀들이 텐백을 파훼하는 방법
우린 2008년부터 그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 루이스 엔리케도 마찬가지였다. 2줄 수비를 상대로 우리의 중심축이 마크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공간을 빠르게 찾고 반대편 사이드로 공을 전환해야 한다. 단순한 횡패스가 아니라 우리의 2선이나 3선으로 패스를 보내야 한다. 바르샤는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다. 우린 포지션 플레이를 연습했다. 9명의 수비를 상대로 우리 센터백이 공을 몰고 올라오면서 라인을 무너트리고, 좁은 공간에서 볼을 키핑하면서 퍼스트 터치 하나로 전담 수비수를 벗겨내는 연습을 했다.
- 하지만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별로 없지 않나?
충분히 훈련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하는가? 무리뉴의 마드리드는 우리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고 다이렉트 플레이를 했다. 무리뉴는 패스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빠른 플레이를 원했고 그들에겐 디 마리아, 호날두, 벤제마가 있었다... 지금은 베일과 다른 선수들도 있고. 그들은 축구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 시티가 데 브라이너와 실바를 중미로 기용하는 것에 대해
데 브라이너와 실바가 그 포지션에 적응한 이유는 그들이 360도 모든 각도에서 공을 받을 수 있게 몸을 움직이고 턴하면서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의 축구에는 사네 같은 순수 윙어가 필요한데, 사네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은 턴 동작을 못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중앙에서는 뛰기 어려워한다. 메시, 이니에스타, 실바, 데 브라이너, 귄도안 같은 선수들은 그런 턴이 가능하고 스털링조차 강제로 시키면 그런 플레이가 가능하다. 사네는 불가능하다. 그에겐 공간이 필요하다.
베일도 마찬가지다. 그런 선수들을 중앙에서 뛰게 하면 제대로 된 실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그들은 윙으로 뛰면서 드리블을 해야 한다. 호날두도 비슷하다. 그가 중앙에서 잘 뛰지 못하는 이유는 몸의 각도를 알맞게 돌리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데 브라이너와 실바는 환상적인 선수들이다.
- 요즘 자신이 주목하는 선수들
난 비톨로를 많이 좋아한다. 난 비톨로가 축구 이해도를 지금보다 훨씬 높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그는 주변 상황 파악을 어려워하고 드리블 타이밍을 혼동하곤 하지만, 놀라운 선수라고 생각한다. 사울도 마찬가지, 그의 재능도 훨씬 더 개발되어야 한다. 난 그들이 바르샤에서 뛰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들은 주도적인 팀에서 뛴다면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다. 그들의 포텐셜은 엄청나다. 그 외에 카르바할도 뛰어난 풀백이고, 부상만 없다면 티아고도 환상적인 선수다.
- 창의성을 훈련하는 방법
론도를 하면 된다! 아직도 사람들은 우리가 론도를 재미로 하는 줄 안다. 론도는 엄청난 훈련 방식이다. 양발을 다 사용하고, 시야를 넓히고, 안쪽으로 패스하고, 상대가 최대한 가까이 붙기를 기다렸다가 빈 공간으로 패스를 딱! 반대편 전환도 하고... 끝도 없다. 무한한 응용이 가능한 훈련이다. 9vs2, 7vs2, 5vs2, 혹은 원을 더 넓게 그려서 원 안에 3명을 넣을 수도 있다.
바르샤에서 우리는 축구를 시공간 중심으로 이해한다. 부스케츠, 메시, 이니에스타 등이 시공간의 지배자들이다. 그들은 둘러싸였을 때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카세미루 같은 미드필더들은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부스케츠는 경기가 머리와 꼬리로 분리되었을 때 카세미루처럼 넓은 범위를 커버하지 못한다.
- 머리와 꼬리?
그렇다. 마드리드는 중앙에서 공을 잡은 후 7명이 공격하러 올라가고 카세미루만 모든 뒷공간을 커버하도록 남겨둔다. 그게 내가 말하는 머리와 꼬리다. 부스케츠는 그런 역할을 못한다. 나보다도 느리니까! 카세미루는 아주 빠르다. 하지만 카세미루는 다른 모든 플레이를 어려워한다. 그런 훈련이 안 되어있기 때문이다. 카세미루는 더 수비적이고, 더 인터셉트를 많이 하고, 더 많이 뛰어다니고, 공격 침투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시공간을 지배하지 못한다. 카세미루가 12~15살 때 그런 훈련을 받았다면 그런 능력이 개발되었을 것이다.
크로스가 그걸 할 수 있는 이유는? 독일에서는 그런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티아고가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르샤에서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카솔라 같은 선수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다. 내가 "이런 걸 어디서 배운 거야?" 라고 물어봤을 때 카솔라는 "배운 적 없어. 난 아빌레스, 오비에도, 레크레아티보에서 훈련받았지..." 라고 답했다. 그런 천부적인 재능도 있다. 난 왜바르샤가 카솔라를 영입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카솔라는 이미 바르샤 스타일을 이해하고 있다. 실바, 크로스, 모드리치 같은 선수들도 왜 바르샤가 영입하지 않았을까? 그들은 적합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 난 항상 바르샤에 어울리는 선수들을 찾는다. 필립 람처럼. 그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 과르디올라는 람과 알라바를 통해 풀백이 안쪽으로 움직이면서 메디아푼타 로 활동하는 트렌드를 주도했는데.
결국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다. 과르디올라는 언제나 빈 공간을 찾는 감독이다. 예를 들어, 레반테를 상대하면 비엘사가 했던 것처럼 그들의 윙어들이 우리 풀백들을 마크한다. 그럼 우리 풀백을 중앙으로 이동시키면 된다. 상대 윙어가 따라오면, 우리 센터백이 윙어에게 패스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풀백을 중앙으로 이동시키면 예상되는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상대 윙어가 따라오지 않으면, 중앙에서 풀백이 마크맨 없이 자유롭게 된다. 상대 윙어가 따라오면, 우리 윙어에게 패스할 수 있는 측면 길이 열린다. 이게 시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상대는 우리를 억제할 수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비어 있는 선수가 생긴다. 이렇게 우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 과르디올라의 뮌헨이나 투헬의 도르트문트가 보여준 스위칭 플레이는 상대를 혼동시키지만, 우리 선수들도 체력적, 정신적으로 지치게 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위칭이 전부가 아니다. 축구를 이해해야 한다. 선수에게 스위칭 플레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축구를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카타르 선수는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공을 잡고 올라가면 그는 나를 향해 달려온다. "뭐하는 거야? 우리끼리 부딪히겠어!" 그가 내 1미터 반경 안에 들어오면 난 이렇게 말한다. "마라도나와 펠레가 1미터 반경 안에서 같이 뛰면 난 그들을 상대로 세계 최고의 수비수가 될 수 있어. 하지만 그들이 15미터 간격을 두고 플레이하면 그들은 3일 동안 공을 뺏기지 않을 수 있겠지." 크루이프는 진영을 넓게 펼치고 빈 공간이 어딨는지 이해하는 걸 아코디언에 비유했다. 바르샤가 유리한 점은 이런 걸 수 년 동안 연습했다는 사실이다.
- 축구의 다음 패러다임에 대해
재능은 언제나 육체를 이긴다. 난 언제나 재능이 이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그 이유를 깨닫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그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 왜 그 타이밍에 공을 향해 움직여야 하는가? 왜 너의 동료들이 네가 공을 잡을 수 있도록 상대 중앙 수비수들을 묶어두고 있는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
엘 클라시코 2:6 경기를 기억해보자. 왜 메시가 라인 사이에서 공을 자유롭게 만질 수 있었는가? 앙리와 에투가 상대 센터백과 풀백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 센터백은 그들의 뒷공간 침투가 신경 쓰여서 메시에게 달려들 수 없었다. 가고와 라스가 날 마크하고 있어서 이니에스타와 메시는 프리했다. 그게 우위를 점하는 비결이다. 그게 과르디올라와 그의 코치들이 너무나 잘 분석했던 부분이다. 루이스 엔리케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이런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 어디서 패스를 할 수 있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 엔리케나 로페테귀 같은 감독들은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상대 진영에서 점유하는 축구를 하다가 우세를 점하면 우리 진영에서 공을 돌리면서 롱 패스로 상대 뒷공간을 노린다.
루이스 엔리케는 그런 축구를 정말 잘했다. 하지만 난 싫다. 스페인이 1-0에서 뒤로 물러나면서 코스타에게 롱패스를 보내거나, 바르샤에서는 수아레즈에게 롱패스를 보내는 방식. 엔리케는 상대가 높게 올라오도록 유도한 후 역습을 노렸다. 우린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그런 식으로 득점했다. 수아레즈가 치달로 히메네즈를 제껴버렸다. 혹은 챔스에서 루이즈를 상대로 알까기 후 득점했던 장면도 비슷하다. 우린 그 때 전부 하프라인 뒤에 있었다. 펩의 바르샤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감독의 차이지만, 난 그런 방식이 싫다. 우리가 89분에 1:0으로 이기고 있더라도, 상대 진영에서 공을 점유하고 공격하는 것이 제일 편안하다.
난 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내가 수비를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내가 공을 잡으면 된다. 상대는 공격을 할 수 없다. 일단 상대는 내게서 공을 빼앗아야 하고, 빼앗더라도 우리 골대까지 70~80미터는 떨어져 있다. 가장 안전한 플레이는 상대 진영에서 공을 점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프라인 뒤에서 플레이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감독들을 이해할 수 없다. 현재 경기 스코어와 상관 없이 마지막까지 경기를 지배하려는 팀은 맨체스터 시티 뿐이다.
- 현대 축구의 복잡성 때문에 감독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가?
그렇다. 축구는 미식축구와 비슷해졌다. 불확실성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좀 지난 후에는, 펩이 휴가를 가더라도 팀 전체가 뭘 해야 하는지 알 정도가 되었다. 선수들이 하지 않은 일은 상대 분석 뿐이었는데, 난 직접 상대 분석을 했다.
현역 때 사례를 들어보자. 비야레알의 전술은 어떻지? 그들은 중원을 다이아몬드로 배치해서 항상 1명의 수적 우위를 점하려 했다. 비야레알은 2명의 스트라이커를 쓰기 때문에, 알베스에게 중앙으로 들어오라고 지시해야 한다. 나머지 3명의 수비수로 충분히 바카와 바캄부를 막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 알베스가 중앙에 온 덕분에 중원의 수가 맞춰졌다. 그러면 난 메시도 중원으로 들어오라고 지시한다. 그럼 이제 우리가 수적 우위를 점한다.
- 메시가 경기를 읽는 방법
메시는 전술적으로 모든 걸 이해한다. 메시를 다른 선수와 비교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다. 메시가 모든 면에서 압도한다. 공간, 시간, 우리 동료의 위치, 상대의 위치를 모두 알고 있다. 젊을 때의 메시는 순수한 능력으로 상대의 밸런스를 붕괴시켰다. 지금의 메시는 상대를 유혹하면서 드리블한다. 메시는 자신을 마크하는 선수가 자신을 두려워하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협력 수비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3명 정도 자신에게 붙으면 그때 패스를 한다. 마치 농구에서 르브론이 하는 플레이와 비슷하다. 이니에스타와 메시는 상대를 유혹해서 빈 공간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 만약 상대가 붙지 않으면? 그냥 그럴 땐 평범하게 플레이하면 된다.
우린 이런 훈련을 어릴 때부터 받아왔다. 빈 공간을 찾고, 비어 있는 선수를 찾는 일. 테어 슈테겐조차 그걸 알고 있다. 그는 그런 훈련을 한다. 슈테겐이 롱 패스를 하는 건 절대 뻥 차내는 것이 아니다. 캄프 누에서 뮌헨은 우릴 상대로 맨 마킹을 하면서 슈테겐을 프리하게 놔뒀다. 그러자 슈테겐은 수아레즈에게 정확한 롱 패스를 보냈고 그때부터 MSN vs 상대 수비 3명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 이스코와 아센시오에 대한 생각
난 아라고네스 감독이 나에게 했던 질문을 젊은 선수들이 들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축구와 좋은 축구, 어떤 축구를 원하나?" 처음에 난 이해하지 못했다. "좋은 축구를 해라. 아름다운 축구도 물론 좋지. 하지만 4명이나 제껴야 한다고."
실명을 거론하고 싶진 않지만, 라 리가에서 많은 좋은 선수들이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물론 드리블을 할 수 있지만, 그 목적이 무엇인가? 메시가 스타일리쉬한 개인기를 부리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전혀 없다. 메시는 좋은 축구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너무 좋은 축구를 하기 때문에 아름답기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 월드컵에 대해
브라질, 독일, 프랑스가 가장 좋은 스쿼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를 잊으면 안 된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과 같은 수준이지만, 너무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어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에 미드필더가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난 바네가가 바르샤에서도 뛸 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 마스체라노는 부스케츠 수준의 테크닉을 갖고 있진 않지만, 바르샤에 와서 많이 발전했다. 처음 바르샤에 왔을 때 마스체라노는 위치 선정을 어려워했다. 리버풀에선 롱 패스를 하거나 제라드에게 공을 넘기기만 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바르샤에선 훨씬 많은 걸 해야 했다. 경기를 보고, 시각화하고, 어떤 선수가 비어 있고 시공간을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바르샤는 선수들에게 궁극의 시험 무대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요구치가 높은 구단이다. 마드리드는 우리처럼 정돈된 축구를 하지 않는다. 수비수가 관중석으로 공을 걷어내버려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게 마드리드의 문화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바르샤에서 그런 플레이를 하면, 관중석에서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려온다. 크루이프 이후로 쭉 그랬다.
- 레알 팬들의 요구치가 낮다고?
물론 양쪽 팬들 모두 요구치가 높다. 차이점은, 베르나베우의 팬들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길 요구한다. 그들은 게으른 선수를 참아내지 못한다. 그들의 가치는 후아니토 정신이다. 마드리드의 문화는 후아니토 혹은 카마쵸 정신이다. 바르셀로나의 문화는 크루이프 정신이다. 크루이프는 턴하고, 둘러보고, 경기를 이해하면서 공을 잃지 않았다.
- 메시 이후 최고의 포텐셜을 가진 선수는 음바페인가?
그렇다.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가 끝나면, 네이마르가 1인자가 될 거라고 본다. 네이마르는 3~4년 정도 그의 시기를 가질 것이다. 그 뒤에는 음바페의 시대다. 음바페의 포텐셜은 엄청나고, 어리고, 괴물 그 자체다. 하지만 확실하진 않다... 난 언제나 재능이 육체를 이긴다고 생각한다. 네이마르는 메시와 유사하다. 재능과 육체를 모두 갖고 있다. 지금의 음바페는 재능보다는 육체가 앞선다고 생각한다.
내가 축구를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선수들은 육체보다는 재능으로 이뤄내는 경우가 많다. 이니에스타와 나는 아무런 육체적 강점도 없다. 그저 재능 뿐이다. 마법 지팡이를 가진 선수들은 재능과 육체 모두를 갖고 있었다. 마라도나, 펠레, 호나우두, 메시, 네이마르... 그리고 음바페도 갖고 있다. 하지만 난 음바페가 앙리와 좀 더 유사한 것 같다. 난 음바페가 에메리 밑에서 더 발전할 거라고 본다. 하지만 바르샤에서 뛴다면 훨씬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모든 걸 이해하게 될 것이다.
과르디올라가 음바페를 지도한다면, 음바페는 8.5번에서 9.5번으로 진화할 것이다. 네이마르는 이미 9.5번이다. 그렇게 발전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음바페는 경기 이해도 측면에서 많이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음바페가 유소년 레벨에서 뛸 때는 자신의 순수 능력만 믿고 플레이해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경기를 이해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난 음바페가 아틀레티코 같은 조직적인 수비를 상대로 어떻게 플레이할지 궁금하다. 내가 축구를 이해하는 방식으로는, 지금 현재로선 네이마르가 더 낫다.
-사커라인
'축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구이야기] 요한 크루이프- 1 (0) | 2018.07.20 |
---|---|
[축구이야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쾰른 감독 마르쿠스 안팡 - Markus Anfang (0) | 2018.07.18 |
[축구이야기] 김병수의 축구 4 (0) | 2018.07.15 |
[축구이야기] 김종부의 축구 1 (0) | 2018.07.15 |
[축구이야기] 이영표의 축구 3 (0) | 2018.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