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2. 13:16ㆍ축구이야기
좌진철 코치 인터뷰 l 독일 로트 바이스 에센 U12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좌진철이라고 하고요. 독일에 로트 바이스 에센 (Rot-Weiß Essen) U12 보조 코치로 일하고 있습니다.
- 로트 바이스 에센은 독일 3부 리그 소속
- 일반적으로 1-3부리그 클럽의 유소년 선수들은 엘리트 선수로 관리받음
한국에서 무엇을 하셨나요?
저는 초등학교 때 클럽팀 엘리트 반에서 선수생활을 잠깐 했습니다. 초등학교 이후에는 축구 선수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 해외에서 축구 선수로 경험해보고 싶어 개인 레슨을 받으며 준비를 했습니다. 당시 개인 레슨을 해주던 감독님이 제주도 한 초등학교에서 감독을 하고 계셨는데, 같이 할 것을 권유하셔서 초등학교 팀에서 라이센스 없이 6개월간 경험을 쌓았습니다.
독일은 언제 가셨나요?
22년도 4월, 만 나이로 19세에 독일에 갔습니다. 축구만 하기에는 비자 문제가 있어서 직업 교육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물리치료사 아우스빌딩(Ausbildung:직업교육)을 계획했지만 입학할 때 쯤 비자 문제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듀알레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시작해 뒤셀도르프에 있는 학교를 다니면서 피트니스 트레이너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생 신분으로 공부를 하고 일도 하고 있습니다.
- 듀알레 아우스빌둥: 직업학교의 수업과 현장 훈련을 결합한 독일 견습 프로그램
독일에서 유소년 코치를 하는 이유는?
어릴 때 재밌게 축구를 한 기억은 엘리트 반 이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반 학교에서 할 때는 재밌었습니다.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한국 유소년 선수들이랑 해외 유소년 선수들의 실력이 12세 이후부터 격차가 많이 벌어진다는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어디에서 차이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어릴 때 축구를 배우는 것이 별로 즐겁지도 않고 발전하는 것도 못 느꼈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날까 궁금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유소년 코치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은 무엇인가요?
독일에서 제일 많이 느낀 것은 코치들의 언어 전달 능력이 무척 좋다는 점입니다. 훈련 시간이 짧아서 한 세션 안에서 코칭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지만 몇 가지 포인트, 단어, 문장을 정리해서 선수들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끔 전달하는 능력이 좋습니다.
코치로서 본인의 강점이나 약점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개발하고 보완하나요?
우선 유소년 코치랑 성인 코치랑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유소년 코치로서 장점은 어린 친구들에게 잘 다가가고, 소통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경기나 훈련 이외의 시간에는 10-12살 차이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친구처럼 다가갑니다. 선수들이 다가와서 질문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고, 피드백을 들으면 빠르게 흡수합니다.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선수로 뛰었던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선수로서 코칭할 수 있는 포인트를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생각들을 강하고 소신 있게 주장하고 코칭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독일 코치들에 비해 전달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하고 스스로 찾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보조 코치라 일 훈련 세션 1-2개를 담당하고 감독님이 코칭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감독님의 훈련 설명, 훈련 디자인, 코칭, 사용하는 용어 등을 관찰하고 공부를 하는 편입니다.
인상 깊었던 상황이나 코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2대2 훈련을 담당해서 진행했는데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만들고 직선적인 움직임이 많은 상황들이 자주 나왔습니다. 감독님께서 개입하셔서 저한테 개입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고 규칙 하나를 만들어 훈련을 변형시켰고 다른 훈련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경기 규칙을 만드는 아이디어 등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훈련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
저희 팀은 월화목에 훈련을 합니다. 학교 끝나고 5시 15분부터 7시까지 훈련을 합니다. 주 3일 훈련하고 보통 토요일에 리그 경기가 있습니다. 리그에서 출전 시간이 부족한 선수들은 일요일에 13세 선수들과 함께 친선 경기에 참여합니다.
훈련 모델/ 게임 모델이 있나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감독과 유소년 스포츠 디렉터들과 얘기했을 때 느낀 부분은 공격 시 전방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 수비를 할 때는 1대1 맨마킹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전술 훈련은 보통 화요일에 하고 목요일은 강도를 올리는 편입니다. 전술 훈련은 보통 골키퍼부터 시작하는 빌드업을 하고 수비 훈련은 빌드업 이후 상황에서 자연스레 하는 편입니다.
훈련 세션 하나 설명 부탁드립니다.
선수들이랑 스태프 숫자는 어떻게 되나요?
감독 1명, 저 포함해서 코치 2명, 골키퍼 코치 11-13세 같이 보는 분, 심리 상담 하시는 분 계십니다. 저는 피지컬 코치 인턴으로 U12세 팀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로트 바이스 에센 클럽에서 피지컬 코치를 저희 U12 팀에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일반 코치와 동시에 피지컬 트레이너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선수는 총 16명이 있습니다.
해마다 평균적으로 몇 명 정도 배제되나요?
해마다 다르고, 감독님 성향마다 다릅니다. 이번 16세 팀은 17세 팀에 올라갈 때 6명 남기고 모두 나갔습니다. 가능성이 있다면 무조건 끌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된 후 잠재력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에 조금 더 기량이 괜찮은 선수와 바꿔버린다면 오랜 기간 육성을 했던 시간과 의미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같이 일하는 스텝들의 배경은 어떻게 되나요?
감독님은 골키퍼로 취미 리그를 뛰는 분이었습니다. 유소년 감독으로서 경쟁이 있는 리그에서 U15-17 감독을 하던 분입니다. 구단에 U11~U13 스포츠 디렉터가 따로 있는데 B+를 감독님과 같이 듣고 연이 되어 재작년에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코치님은 샬케, 보훔, 뒤스부르크 같은 팀에서 2년 이상 유소년 코치를 하고 중국 허베이에서 13세 팀 감독의 경험도 있습니다. 각 코치님마다 여러 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분은 학교 선생님입니다. 감독님은 프로그래머입니다.
- 독일 저연령대 코치들은 본업을 가지고 있음
유소년 코치들이 육성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는 국가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독일이랑 비교했을 때 어떻게 생각하나요?
독일 유소년 코치들이 고용 안정성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과연 유소년 코치만을 위해 일을 할까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제가 겪은 독일 사람들은 워라밸을 중요시하는데, 오히려 다른 일을 하면서 축구 일을 하는 게 부담이 없고 적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훈련을 계획하기 위해 소통은 어떻게 하나요?
감독님이 앱으로 일주일간 어떤 훈련을 할지 보내면 그것에 맞추어 훈련을 준비합니다. 훈련 세션에서 어떤 건 변경하자고 제안하면 바꿉니다. 팀 전체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스를 통해서 합니다. 보통은 제가 워밍업 파트, 1대1, 2대2, 슈팅을 담당합니다. 메인 테마와 인원이 늘어난 4대4나 5대5 게임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담당합니다
경기장에서는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나요?
코칭은 대부분 즉흥적이고 감독님 통해서 합니다. 코치들이 감독님에게 전달하고 감독님이 동의할 경우 바로 전달하는 편입니다. 동기부여 관련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원팀을 만드는 방법이 있나요?
솔직히 아직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축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지금 관점에서 원팀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재밌게 축구를 하고 이기는 경기,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선수들 간 악감정이 줄어들고 통합력도 생기고 훈련 집중력도 좋아질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효과적 소통 방법은 무엇인가요?
독일은 자기 생각이랑 안 맞으면 반문을 많이 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익숙하지 않아 듣다가 대화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친구들이 저랑 대화를 하면 본인들이 상황에 대해 정의를 하고 대화를 끝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기 생각이 있으면 주장하고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면 너무 굽히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대화의 주도권을 뺏기다 보니 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독일 아이랑 한국 아이랑 지도할 때 무엇이 달라야 하나요?
저는 한국 친구들에게는 질문을 자세하게 하고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이 없다는 것은 생각이 없다는 뜻입니다. 저번 여름에 한국에 잠깐 왔을 때 일했던 팀에서 하루 동안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선수들에게 처음 질문했을 때는 대부분 대답을 안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자세히 질문하고 적극적으로 유도하니까 생각보다 대답을 훨씬 잘했습니다. 독일 선수들은 질문과 답변에 매우 익숙해져 있고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한국 코치님들이 선수들에게 더 자세하게 질문하고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팀에서는 주장이 없습니다. 팀 차원에서 15세 이하 팀까지는 주장이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한 사람이 계속해서 자기주장을 말하다 보면 거부반응이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주장이 없다면 각자 경기장이나 훈련장, 캐비닛에서 자기주장을 말합니다. 한 사람이 독점적으로 말을 하는 상황을 없앴습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코칭을 더욱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훈련 세션은 생각보다 차이가 크게 없는 것 같고, 전술적인 아이디어는 한국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코치로서는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잘 안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많은 코치들이 할 수 있다면 훈련의 퀄리티가 높아질 거 같습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독일에서 최대한 경험을 하고 전 연령 다 훈련해보고 싶습니다. 저의 생각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훈련을 했을 때 선수들이 어느 정도로 성장할 수 있는지 보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나중에는 제주 유소년팀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축돌이 : 김기현
유럽축구연맹/독일축구협회 B라이센스 지도자자격증
독일 예나 대학교 스포츠학과 졸업
前 전북현대모터스 분석관
trainertalknet@gmail.com
http://trainertalk.net/bbs/board.php?bo_table=korea&wr_id=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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