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영 코치 인터뷰 l 독일 묀헨글라드바흐 U12

2025. 1. 10. 15:48축구이야기

문태영 코치 인터뷰 l 독일 묀헨글라드바흐 U12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문태영입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고 있고, 뮌헨글라드바흐 12세 코치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습니다. 뉴질랜드에 윈턴 루퍼라고 분데스리가에서 활동한 축구 선수가 있었는데, 이 분께서 축구 교실을 설립했습니다. 그곳에서 축구를 배우고 국제대회를 다니다가 유럽에서 축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5세 정도에 스페인으로 축구유학을 가서 6년 정도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스페인 성인 리그에서 2년 정도 뛰었고요. 이후 선수생활을 하다가 부족하다고 느껴 중단하고 독일 쾰른체대에서 학사, 석사를 공부하고 졸업했습니다. 

 

유소년 코치는 언제 시작하셨나요?

 

쾰른에서 학업을 시작하면서 학교 기숙사 바로 앞에 있는 구단에서 용돈벌이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일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취미반만 운영하는 구단이었고, 이 구단에서 4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학교에서 지도자 라이센스 B 수업을 참여했습니다. 수업 과정 중 레벨이 높은 구단에서 인턴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포르투나 쾰른이라는 클럽의 16세 팀에서 6개월 인턴을 했습니다. 그리고 9세 팀 코치로도 1년 활동했습니다. 인턴 기간 동안 흥미를 느껴 유소년 코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근처 구단 14-15세 팀에서 2년 정도 감독을 했습니다.

 

코치를 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친 지 7-8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동료들이랑 이야기하고 아이들을 가르칠 때마다 축구에 대해 매 순간 계속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지도자의 역량, 훈련 프로그램, 퀄리티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지도자와 선수간 믿음과 신뢰가 아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믿음과 신뢰를 어떻게 주시나요?

 

소통을 통해 선수가 이 팀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이해시킵니다. 실수를 해도 괜찮고, 여기에서는 다 같이 배우는 문화라고 말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칭찬은 아무리해도 과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크리틱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데 소통을 통해 이해시켜야 합니다. 내가 너를 싫어하고 비난하는 투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런 부분을 개선하면 넌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다고 이해를 시킵니다. 그럼 선수는 이를 피드백으로 받아들입니다. 선수를 성장시키는 게 저희의 일입니다. 칭찬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아야 하는 경우에는 강도 높은 비판보다는 건설적인 피드백을 줍니다. 

 

코치로서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요?

 

배우려는 태도가 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하면서 부족한 점을 느끼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이고 다른 지도자 동료들의 강점을 보고 배워서 나의 것으로 만듭니다. 부족한 부분은 많습니다. 코칭할 때 사소한 디테일이 아이들의 성장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팀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12세 팀은 주말 일정에 따라 주 3-4번 훈련을 합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대회가 있을 경우 주 3회 훈련을 하고 리그 경기만 하루 있을 때는 4번 합니다. 보통 다섯시에 시작해서 일곱 시에 끝나는 일정입니다. 대부분 학교에서 끝나면 바로 합류하는 스케줄이고요. 아이들이 글라드바흐 도시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도시에서 픽업이 되어서 오기 때문에 어떤 선수는 오는데 1시간 반 넘게 걸리기도 합니다.

 

레버쿠젠 같은 경우에는 다음 시즌부터 11세 이상 팀들에 속해있는 모든 선수들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선수들을 집에서 픽업하고, 레버쿠젠이 지정한 학교로 데려다주고, 훈련을 하고 집에 가는 시스템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동시간대 같이 개인 훈련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장기적인 육성을 염두해둔 시스템의 변화로 느껴집니다.

 

분데스리가 유소년팀들은 대부분 소수정예로 선수들을 키우고, 매 시즌 선수단 개편 폭이 컸습니다. 그러나 최근 레버쿠젠 도입하려고 하는 시스템은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관리하고 오랜 기간 동안 교육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속도는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성장이 침체되어 방출을 했는데, 그 선수의 잠재력이 폭발해서 타 구단으로 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훈련모델이 있나요?

 

시즌 시작-가을 방학 / 가을 방학-겨울방학 / 겨울방학-부활절 방학 / 부활절 방학 이후- 시즌 총 네 국면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볼을 가지고 있을 때, 볼이 없을 때, 전환, 그리고 정돈된 상황과 전환 상황을 믹스, 흥미 위주의 훈련들을 분배합니다. 10주 프로그램이라고 가정했을 때, 볼 가지고 있을 때 4주, 볼 없을 때 2주, 전환 2주, 믹스 1주, 재미 1주 정도의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13세까지는 매주 수요일 1대 1 훈련을 합니다. 1대 1 훈련은 8주 주기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2주는 정면 1대 1, 2주는 사이드 옆에 같이 달리는 1대 1, 2주는 사이드 대각선 1대 1, 2주는 수비수 등 지고 1대 1을 합니다. 1주는 한 살 아래 선수들과 한다면 나머지 1주는 한 살 위의 선수들과 경쟁을 하는데 신체적으로 우월했을 때와 열세였을 때 모두 연습합니다.  14세부터는 1대 1 훈련보다 포지션 특성 훈련을 다른 나이대 선수들과 섞어서 체계적으로 진행합니다.

 

코칭 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선수가 결정을 하는 부분에서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선수가 공을 받기 직전에 '어디를 봐라' '어떻게 플레이를 해라' 등 다음 플레이를 말해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선수가 무엇을 인지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선수가 인지하는 과정에서 코치가 개입을 한다면 선수는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이미 코치가 알려준 것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성장을 방해받습니다. 웬만하면 플레이가 끝났을 때 코칭을 합니다.

 

사전 코칭은 자제하고 사후 코칭을 하는군요. 어려 시청각 자료들을 활용하는 편인가요?

 

veo라는 AI 기반 촬영 기계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코치들은 코칭을 녹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경기 도중에 어떤 부분을 지시했고, 어떤 부분을 교정하려고 했고,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는지 확인합니다. 지나치게 한 부분에 집중을 했다면 다음번엔 폭 넓게 보려고 시도합니다. 팀 단위의 분석보다 개인 분석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선수와 1대 1로 개인기술과 전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훈련 세션 하나 소개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zC9oJ47Riw8?si=o9i-UutIP4MOhCKL

 

https://youtu.be/UN0GjaAEusQ?si=-DwrSUSEz4I8gDga

스태프와 선수는 몇 명으로 구성되어있나요?

 

감독 1명, 코치 2명 , 피지컬 코치 1명, 골키퍼 코치 1명, 스포츠 심리사 1명, 팀매니저 1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선수는 필드 16명 골키퍼 2명입니다. 2-3 그룹으로 소규모 훈련을 하기에 이상적인 숫자입니다.

 

스태프 숫자가 많은데, 스태프 숫자가 많으면 권력이 분산되어 싫어하는 감독도 있을 법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 본인이 편한 사람에게 이야기했을 때 진솔적인 대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이나 코치는 본인들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감독이나 코치는 선수들은 선수들을 최대한 성장시켜 프로선수로 데뷔할 수 있도록 동행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행자라는 리더십 개념이 새롭습니다.

 

문화 자체가 그렇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혼내기도 해야 하고 어느 시점에는 평가를 하고 방출해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유소년 지도자들 또한 아이들이랑 같이 성장하기 때문에 믿고 따를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유소년 레벨에서는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일하고 있는 감독과 코치님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금 감독님은 14-19세까지 글라드바흐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요. 그 이후 독일 4부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4년 전부터 지도자 생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코치님은 어릴 때부터 코치를 시작했고, 코칭 경력은 5년 이상 됩니다. 이 분의 아버지가 성인 1군 스포츠 디렉터입니다.

 

유소년 부서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굉장히 수평적이고,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말할 수 있습니다. 최종 결정은 감독님이 합니다. 5시 운동이면 2-3시 사무실 출근해서 세션에 대해 토론합니다. 훈련이 끝나면 회의실에서 다른 연령대 코치님들과 감독님들과 오늘 했던 훈련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을 하고 가볍게 맥주도 한잔씩 합니다.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업무 분배는 어떻게 되나요?

 

매 세션마다 다릅니다. 감독님이 웜업을 하고 코치 2명이 메인 파트를 할 때도 있습니다. 다양하게 역할을 조정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저희가 가져가는 구조는 있습니다. 한 명이 세션 진행을 하면, 다른 한 명은 세션과 반대되는 주제를 라이브로 코칭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명은 몇몇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코칭합니다. 보통 세션이 진행 잘 되는지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을 방지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희가 주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선수의 성장과 발전인데, 이를 잘하기 위해 개별적인 코칭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세션의 진행 여부와 별도로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관찰하고 코칭합니다.

 

게임 도중에는 최소한의 코칭이 저희들의 원칙입니다. 다만 선수들을 관찰할 때는 정확하게 분배를 합니다. 예를 들어, 감독님이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와 주변 선수를 코칭한다면 다른 코치님은 수비적인 부분을 보는 등 오디오가 겹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선수단 개편으로 유소년 선수들이 방출될 때 마음이 아픕니다. 저희들은 저희가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연령대가 낮은 팀의 코치일수록 코치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다음 연령 팀으로 넘기는 것입니다.

 

 

이상적 팀 문화는 어떻게 되나요?

 

가족같이 편하면서도 훈련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서로가 존중하는 문화를 이상적으로 생각합니다.

 

지도자들 하며 실망하거나 힘든 순간은 없나요?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9할 이상이 보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실망을 하기보다 저 자신에게 실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훈련 세션의 퀄리티를 높여야 하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돌발 상황이 생기거나, 훈련이 생각보다 진행이 잘 안 될 때, 아이들의 플레이에 대해 디테일한 사항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을 때 등입니다.

 

학부모와 관계는 어떻게 가져가나요?

 

그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가지려고 합니다.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 부모와의 대화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존중을 합니다. 부모님들과 공적으로 모이는 자리는 1년에 3번 있습니다. 시즌 초 선수들과 학부모들과 모여 같이 목표 설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전반기 끝나고, 시즌 후 피드백을 하고 총평을 합니다.

 

독일에서 소통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국적 불문 진실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도 진실되게 터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직접적으로 피드백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부정적인 감정이나 톤이 섞지 않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피드백을 할 때 부정적이거나 존중하지 않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존중을 해주면 선수들은 더 잘 받아들입니다. 근본적으로 소통이 잘 되려면 선수가 이 지도자는 나를 발전시키려는 사람,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수는 이 사람은 어떤 상황이든 나의 편이고 나를 위해 지도한다는 것을 느꼈을 때 피드백을 받아들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과 목표가 있다면요?

 

인터뷰하면서 본인과 클럽과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돌아보게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구단 내에서 다양한 연령대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일단 지금 있는 위치에서 충실히 한다면 다음 스텝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문태영 코치 인스타: @moonistda

 

축돌이 : 김기현 trainertalknet@gmail.com
前 전북현대 분석관
유럽축구연맹 독일축구협회 B라이센스 지도자자격증
독일 예나 대학교 스포츠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