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스포츠혁신위원회 2차 권고문 반박 (1)

2020. 2. 6. 06:58축구정책

스포츠 혁신위원회의 2차 권고안

 

체육계에서 성폭력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인권위는 역대 최대규모 실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런 조사는 새롭게 대두된 사안이 아니다. 정부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결과 혹은 현상에만 대응하는 수동적 태도로 일관하고 폭력문제 등을 방치해왔다. 사전 관리가 아닌 사후 통제가 기반이 된 문제 해결 방식들은 학교 운동부 운영의 총책임자인 교장 선생님들을 압박하여 2차적으로 운동 분위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제를 만들지 않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지향해야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혁신위원회는 1차 권고안으로서 사후 통제를 주 목적으로 하는 인권위 설치를 제시했다. 이후 2차 권고안을 제시했는데, 엘리트 스포츠와 승부를 겨루는 것 자체를 악으로 치부하는 편향적인 시선이 담겨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스포츠 혁신위원회의 2차 권고안은 아래와 같다.

혁신위는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이 경기실적 저하로 이어진다는 그간의 왜곡된 믿음을 깨고, 운동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운동 이외의 진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핵심에는 학생선수가 어떤 경우에도 정규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하: 문체부), 2019)

 

정규수업 무조건 참여

 

 

정부의 정책 기조는 항상 '모 아니면 도' 식으로 귀결되었다. 체제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절대적인 원칙만을 고수하면 일부 예외적인 사례의 학생선수에게 피해가 발생한다. 최연소 국가대표 탁구선수 신유빈 선수의 상황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탁구 국가대표 선수 신유빈은 각종 대회 참여와 훈련으로 인해 중학교 2학년부터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까다로운 학사규정 탓에 중고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국제, 국외 대회를 참여해야 하는 신유빈 선수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팀에 바로 입단을 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탁구협회 경기위원회가 융통성을 발휘하여 중학생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체부는 운동 이외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학업을 권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정작 학업이 신유빈 선수의 꿈을 방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조성되었다. 학업과 운동 시간적 배분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독일축구협회는 최고의 축구 선수를 양성하는 것을 골자로 학생 선수들에게 이중으로 부여되는 학업과 운동 부담을 조정하기 위해 학교, 엘리트 클럽, 지역 축구협회 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촉구했다. 이와 같이 체계적인 체제를 구축한 학교들에게 "Eliteschule des Fußballs (축구 엘리트 학교)" 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학교는 삼자간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선수가 학업과 운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예를 들어 학교는 선수의 시험 일정을 조정하고, 프로 구단은 과외를 통해 선수들의 수업 내용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독일올림픽협회는 독일축구협회보다 한 발 앞서 "Eliteschule von Sport (스포츠 엘리트 학교)"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독일축구협회와 달리 독일올림픽협회는 학교 졸업과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다. 학업과 훈련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학생 선수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에 수능 시험을 정규 과정 내에 보지 않고 1-2년의 유예기간을 허가한다.

 

관리자들은 엘리트 선수들을 메달획득을 위한 도구로서 착취하고, 훈련량과 퍼포먼스간 절대적 비례관계가 있다는 사고에 기반한 옛날 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퍼포먼스의 발현은 훈련의 양과 훈련의 퀄리티에만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상호작용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각인해야 한다. '엘리트' 라는 단어를 과대평가 하지 않고 그들을 한 단순히 재능이 있는 한 인간으로서 대우하고 돕는다는 사고방식에서 합리적인 정책들이 개발될 수 있다.

 

승부는 악이다?

 

전국스포츠대회 개편: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개편
혁신위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소년체육대회 등이 소기의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우수 선수 조기 발굴에 치중해 온 결과, 시도 간 과열 경쟁, 강도 높은 장시간 훈련, 정상적인 학교생활 곤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였다고 지적하면서, 전국스포츠대회의 성격을 전환해 스포츠 본연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축전으로 전환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전국소년체육대회를 학교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 개편하고, 중등부와 고등부를 참가하도록 하며,  기존의 전국소년체육대회 초등부는 권역별 학생스포츠축전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였다.
 문체부는 대회 전환의 연착륙을 위해 ’20년 상반기까지 체육계, 개최도시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통합 학생스포츠축전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21년부터는 가능한 종목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체육활동을 경험해보지 못한 관계자들이 정책을 입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승패를 통한 자아성찰, 승리 이후 겸손함, 패배 이후 겸허함, 스포츠의 긍정적 순기능을 배제하고 스포츠 승패 자체를 악으로 치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포츠 본연의 가치는 협동정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엘리트 선수들을 다루는 사람들의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각인해야한다. 엘리트 스포츠 주위로 파생된 것들이 문제인 것이지, 엘리트 스포츠 자체는 악이 아니다. 

 

학교 클럽 스포츠 또한 마찬가지다. 엘리트 선수들을 제외한 전국 고등학교 농구 대회 측은 토너먼트 규정을 없애고 우승팀을 가리지 않는 '친선 교류' 형태로 변경 시켰다. 수뇌부 측에서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규정을 변경 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야만 마땅하다. 기본기가 어느정도 갖추어졌고 실력이 우수한 중, 고등학교 선수들에게는 '대회 우승' 이라는 것이 그들의 동기부여를 더욱 유발할수 있다. 또한 생활스포츠에서 엘리트스포츠로 이동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대회 승패를 가리지 않음으로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시험을 상대 평가식으로 줄을 세우면서, 스포츠는 안된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도한 승부욕과 경쟁으로 인해 아이들이 스스로 자책하고 자멸할 것이라고 전제한 것인가? 지고 이기는 문제가 아이들의 장래와 직결되어 있는 현재 엘리트 스포츠 대학 입시 정책들은 어느 정도의 수정과 보완이 필수적이지만, 위 영상의 학교스포츠클럽의 경우 승부가 나쁜 것이 아니다. 승리는 이들에게 자부심이 될 것이고, 살아가는데 큰 원동력을 줄 수 있다. 패배는 이들에게 겸손함과 겸허함을 가르쳐 줄 것이다.

 

학생들을 항상 상대평가하는 비정상적이고 견고한 교육제도를 타파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

 

축돌이 : 김기현
UEFA B-Lizenz / DFB B-Lizenz 유럽축구연맹 / 독일축구협회 B 라이센스 지도자 자격증 보유
koreaemi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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