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공스포츠클럽 (2)

2020. 9. 29. 00:29축구정책

한국 공공스포츠클럽

인간은 자유로운 개인이 아닌 국가가 필요로 하는 애국적 국민이며 교육을 통해서 애국적 국민을 생산할 수 있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설문입니다. 박정희 정권은 개인보다 국가를 위한 ‘애국적 국민’을 생산하고자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청소년 합숙교육소 화랑교육원을 설립했고, 합숙교육체제는 농민과 여성을 대상으로 확장 됐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교육과 합숙을 통해 집단의 결속력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학교는 합숙훈련 체제를 통해 학교에 충성하는 애교적 선수를 생산하고자 했습니다. 당시 소년체전이었던 대한스포츠소년대회 각종 종목별 대회의 상위 입상은 학교 명예를 높일뿐만 아니라 학교장과 지도 교사의 진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학생선수들이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체육특기자 입시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학생선수들은 학업 성적이 아닌 대회 성적만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됐고, 주당 6일 훈련 및 1일 4회 훈련 등 훈련시간의 증가와 학생선수 생활관리를 위한 합숙훈련이 관행화 됐습니다. 서울체고와 5개도에 체육고등학교가 설립됐습니다. 박정희 정부는 작은 나라인데도 금메달을 많이 획득하는 동독의 상황을 정동구 코치에게 질문했고, 정동구 코치는 라이프치히 국립체육대학이 큰 역할을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듬해 한국체육대학교가 설립됬고 14개 종목 120명을 전원 체육특기자로 선발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병역특례 제도를 추가적으로 도입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의 3S로 대변되는 문화진흥정책은 국민들의 애국심과 연대감을 고취시킴으로써 정권 수립의 정당성과 체제유지를 강화하는데 스포츠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하계올림픽’ 유치에 연달아 성공 후 두 대회 준비와 엘리트 선수 육성에 다양한 정책들이 집중됐고 국내 프로스포츠 초석이 마련됐습니다. 프로스포츠리그 출범은 학원 스포츠 체제와 합숙훈련에 대한 명분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971년 직장 내 경기부 신설 법령에 이어 프로스포츠리그의 출범은 학생선수들에게 대학 입학을 초월한 직업적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학생과 선수 사이에서의 역할 갈등을 해결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체육특기자 입시제도를 통해 정상적인 학급 생활을 하지 않아도 오로지 운동만 잘하면 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프로스포츠리그의 출범으로 인해 직업군으로서 선수생활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선수로서의 길을 손쉽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학교관계자는 승진을 위해 학생선수들에게 합숙훈련, 폭력, 학습권 침해를 정당화했습니다. 국가는 국제대회에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선수들에게 운동만을 권고했고 여타 상황들을 방치했습니다. 학생선수와 부모는 대학 입학, 병역 면제, 직업 선수라는 보상을 통해 학교와 암묵적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국가아마추어리즘 정책이 견고화 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국가아마추어리즘 체제 아래 대학 입시제도, 지도자의 생계, 학생선수들의 꿈, 부모들의 이기적인 태도 등 여러 관계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흐르며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스포츠 정책 변화에 대한 요구가 본격적으로 나타납니다. 천안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사건은 기존 정책의 폐단과 잘못된 점들을 국민들에게 상기 시켰습니다. 2003년 천안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화재가 발생합니다. 화재로 인해 8명의 초등학생이 사망하게 되고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됩니다. 당시 체육 정책인 국가아마추어리즘은 강하게 비판 받았습니다. 하지만 초,중학교 합숙소 폐지외에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고 40-50년째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폭행, 강간, 입시비리, 횡령, 갈취 등 엘리트 스포츠 내 문제들이 언남고등학교 축구부, 조재범 사건 등 언론에 대서특필 되지만 그때마다 결과에만 대응하는 대규모 실태조사와 동떨어진 해결책만 제시됐고, 이제는 정말 바뀌자는 목소리가 늘고 있습니다. 생활스포츠 분야는 경제성장, 여가시간 증가, 유튜브를 통한 스포츠 홍보, 국민들의 스포츠 참여 욕구 증가와 같은 요인들로 수요가 늘고 있지만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기엔 인프라 부족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체육정책 혁신의 목소리와 여러 요인들이 결합해 스포츠 정책의 방향성이 수립됐고 진행 중입니다.

 

 

한국은 학원스포츠 운동부 문제, 체육 특기자 제도, 유소년 선수 훈련시간, 학교운동부 지도자 처우개선, 지도자 강력범죄와 같은 기존의 문제 해결이 없이 스포츠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포츠클럽 활성화 카드를 꺼냈습니다. 공공스포츠클럽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형태는 공공스포츠클럽이 아니라 민간 시장과 유사합니다.

 

축돌이 : 김기현
유럽축구연맹/독일축구협회 B라이센스
koreaemi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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